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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쉽게 잘 써진 독서 네비게이션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KIPFA-2017_06] 

쉽게 잘 써진 독서 네비게이션


  
독서만담ㅣ박균호 지음ㅣ북바이북ㅣ280쪽
노자에 정통하는 서강대 동양철학과 최진석 교수는 그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생각의 높이’를 강조했다. ‘사람은 자기의 시선 높이 이상의 삶을 살지 못한다. 시선이 높으면 높은 문명을, 시선이 낮으면 낮은 문명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지금까지 지식 수입국이었는데 그것으로는 중진국까지의 발전이 한계다. 이제는 지식 생산국으로서 일류 레벨의 사유의 높이로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필리핀, 아르헨티나의 뒤를 따르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일류 레벨의 사유의 시선으로 도달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생각’이 관건이다. 그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이미 잘 짜인 지식체계가 내놓는 정답이 아니라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질문에서 나온다. 즉, 대답하는 인간에서 질문하는 인간으로 변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질문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 능력을 키우는 왕도가 독서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그 말이 바로 그 말 아니겠는가.

  세계의 지성이자 책벌레였던 이태리의 고(故) 움베르토 에코와 프랑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대담을 엮은 <책의 우주>에서 두 사람이 '인큐네뷸러(Incunabula)'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인큐네뷸러는 고려시대 <직지심체요절>보다 약 78년 뒤떨어진 1455년 경 독일의 쿠텐베르크가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어 낸 <성서 42행> 이후 1500년 12월 31일 밤까지 인쇄된 책들을 이른다. 유럽의 애서가들은 현존하는 인큐네뷸러를 소장하는 것을 소원하는데 에코 자신도 30여 권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책으로 뒤덮여있다’고 단언하는 <독서만담>의 저자 박균호 씨는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책벌레이자 책 수집가다. 화폐나 우표, 수석(壽石) 등 수집 마니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손에 넣고 싶은 자기만의 인큐네뷸러 (고서나 희귀한 책)를 향해 저자가 보이는 탐욕(?)은 상상 이상으로 지독하다. ‘교양 있는 장서가가 죽어 그 유족들이 귀한 책들을 저울로 달아 팔아 치울 때가 대박’이라는 말로 그것이 가늠된다. (그의 책과 책 수집에 관한 일가견은 <오래된 새 책>, <수집의 즐거움>이란 단행본으로 이미 출판돼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책 수집이 단지 수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과거 수집에 열을 올렸던 책들은 읽고 싶었으나 시중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절판본들이다. 그는 읽기 위해 책을 사들였던 것인데 같은 번역본이라도 여러 출판사 별로 나온 책들을 죄다 구해서 다 읽고 비교까지 할 정도로 독서가 우선인 책벌레다. “4대 선조인 고조 할아버지의 어려운 한문 서책들을 고이 모시고 있는데 반쪽짜리 소장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 책들을 읽고 감흥을 느끼며 활용해야 온전한 소장의 의미가 있다”는 말에서 서재에 대한 그의 분명한 생각이 드러난다.

  신간 <독서만담>이 빛나는 것은 경상도 산골 어딘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듯한 저자의 디테일한 ‘수다’ 탓이다. 바구니에 갇힌 게들의 부산스런 몸짓마냥 발랄한 제자들과의 수다가 그대로 책으로 옮겨온 듯한 그의 넉살은 가히 ‘쉽게 읽히도록 잘 쓴 책’의 모델 감이다. ‘츄리닝, 난닝구, 삼선 쓰레빠’로 무장하고 밤낮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아재 패션’이 그의 문체를 대변한다. 책을 읽는 즉시 머리 속에서는 코믹 만화나 시트콤 드라마가 그려진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책벌레 저자는 추억 속의 친구들, 아내, 딸 등과 얽힌 감성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궁극에 자기가 읽은 책을 들고 나온다. 지독한 공처가로 묘사되는 저자가 아내와 냉전 중에 ‘승리’를 위해 벌이는 심리전은 영화 ‘양들의 침묵’을 방불케 한다. 시장에서 산 쌀 포대를 어깨에 둘러맸다가 ‘품격 없다’는 아내의 핀잔에 오기가 작동해 옆구리에 끼고서 쩔쩔매던 저자는 ‘공부해야 여자의 심리를 알 수 있다’며 결혼 전 필독서로 <최성애 박사의 행복수업>, <셀프 & 커플 5분 마사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권장한다. ‘하찮은 쌀포대의 품위’는 그새 ‘품격 있는 죽음, 웰다잉(welldying)’의 고뇌로 옮겨간다.

  그에게 웰다잉에 대한 성찰을 안겨줬던 책들은 김훈의 소설 <화장>, 파드마삼바바의 <티벳 사자의 서>, 시니의 <죽음에 관하여> 등이다. <티벳 사자의 서>는 이 분야 고전이고 <죽음에 관하여>는 만화지만 스토리가 탄탄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유관 주제의 책들이 어느 한 권도 그저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에서 독자들은 저자가 가히 ‘국대급 책벌레’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 그가 독서와 글쓰기의 교본으로 머리맡에 두고 있는 책은 김현의 전집인데 그 중에서도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 1992)를 ‘독서 에세이계의 조상’으로 친다. 필자의 경험상 여러 독서법 중 <독서만담>처럼 ‘책에 대해 잘 써진 책에서 인용되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따라가며 읽는 것’도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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